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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가정은 할아버지 대에서 시작된 믿음이 저를 지나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지며, 4대째 영은교회에서 신앙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제 신앙은 어느 날의 선택이라 기보다,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살아온 공기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믿음의 흐름 속에서 저는 지금 회계실 부회계로, 동행팀의 기자로, 그리고 2부 예배 시온 찬양대의 한 사람으로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많은 봉사를 한다고 말하지만, 저에게 이 자리들은 욕심의 결과라기보다 삶의 방향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르게 된 자리입니다.
그렇게 제 일상의 중심에 놓인 봉사 가운데, 가장 오래 머물러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교회의 리듬을 가장 정확하게 지켜내는 곳, 바로 회계실입니다. 회계실은 모든 예배의 시작과 끝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자리로, 예배당 문이 열리기 전부터 마지막 예배가 마무리될 때까지 조용히 헌금을 정리하며 교회의 질서를 지켜보는 곳입니다. 숫자를 다루는 일이지만, 그 안에 담긴 기도와 믿음을 알기에 정직함과 신뢰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눈에 띄는 박수는 없지만, 회계실이 든든하면 교회는 소리 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입니다.
주일 아침이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2부 예배 시온 찬양대의 연습은 오전 7시 30분, 아직 도시는 잠들어 있을 시간에 연습이 시작됩니다. 9시 예배에서 하나님께 올려드릴 찬양을 위해 마음과 소리를 하나로 맞추고, 예배가 끝난 뒤에도 연습은 이어집니다. 이른 시간과 긴 연습이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하루의 첫 고백을 찬양으로 드리며 예배의 문을 여는 기쁨은 이 자리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은혜입니다. 이 찬양대에서 저는 노래의 완성도보다 마음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동행팀의 기자로서 글을 씁니다. 교회 소식과 간증, 성도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일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사람의 믿음 여정과 교회의 흐름을 함께 담아내는 작업입니다. 원고 마감이라는 현실적인 책임과 취재·정리의 보이지 않는 시간이 뒤따르지만, 글이 완성되고 나면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흔적이 됩니다. 글을 통해 섬긴다는 것이 말로 전하는 설교와는 또 다른 방식의 사역임을, 저는 이 자리에서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봉사는 서로 다른 모습과 리듬을 지녔지만, 모두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이 자리들은 제 신앙을 더욱 단단하게 붙들어 주었습니다. 봉사는 때로 부담으로 시작되지만, 어느 순간 은혜로 바뀌고 그 은혜는 깊이 오래 남습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감당하는 이 사역 속에서, 저는 오늘도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