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막달라 마리아가 좋다

월간동행

나는 막달라 마리아가 좋다

글|이숙경 기자

  • 등록 2024.03.01 15:36
  • 조회수 162

오래 전, 청년부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목장 전체가 모여 좋아하는 성경 인물을 써내는 놀이를 한 적이 있다. 대부분 바울, 다윗, 세례요한, 베드로 등등, 누가 들어도 납득할 만한 인물을 적어 냈다.  그 중 사회자는 드문 인물을 쓴 사람을 앞으로 불러, 왜 그 인물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그렇게 앞으로 불려나간 서너 명의 사람 중 한 명이 나였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막달라 마리아’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당황했고, 앞에 앉은 몇 명은 키득거렸다. 사회자는 ‘아……, 예에…….’하고 웅얼 거리더니,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는 묻지도 않고 내 옆 사람에게 마이크를 넘겨 버렸다. 

 

사회자가 왜 당황했는지, 앞에 앉았던 이들 중 몇 명이 왜 웃었는지, 이제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뮤지컬이나 창작품에서 막달라 마리아는 곧잘 간음을 이유로 돌에 맞아 죽을 뻔했다가 예수님이 구해주신 여성으로 묘사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해당 이야기가 나오는 요한복음을 보면 간음했던 여자의 이름은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막달라 마리아’의 이름은 성경에서는 물론 외경에서도 여러 번, 여러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언급된 이름 모두가 한 인물을 가리킨다는 주장도 있고, 각기 다른 인물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그 여러 번 언급된 ‘막달라 마리아’ 중 내가 좋아하는 ‘막달라 마리아’가 누구였는가 하면, 예수님의 빈 무덤을 발견했던 ‘막달라 마리아’ 였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실 때,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고, 다른 제자들도 저 살자고 뿔뿔이 흩어졌다. 예수님의 곁을 끝까지 지킨 것은 여자들이었다. 그 중 막달라 마리아는 사복음서에서 모두 언급된다. 그녀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실 때에도 거기 있었고, 가장 먼저 빈 무덤을 발견했으며, 부활한 예수님을 직접 만난 인물이기도 했다. ‘예수께서 안식 후 첫날 이른 아침에 살아나신 후 전에 일곱 귀신을 쫓아내어 주신 막달라 마리아에게 먼저 보이시니 마리아가 가서 예수와 함께 하던 사람들이 슬퍼하며 울고 있는 중에 이 일을 알리매’(마가복음 16장 9~10절) 

 

성경 시대가 남성중심의 사회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시대 속에서도 막달라 마리아는 여성의 몸으로, 자신의 소유를 바쳐가며 예수님을 따르고 섬겼다. (누가복음 8장 3절) 제자들이 도망칠 때에도 끝까지 그야말로 죽음을 넘어 부활의 순간까지 예수님의 곁을 지켰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이끌고 다니시던 때뿐만 아니라, 가장 힘든 고초를 겪고 계셨던 순간에도 말이다. 또한 부활의 기쁜 소식을 달려가 알린 첫 번째 사람이었고 말이다. 

 

나는 그녀에게서 용감함을, 굳건한 믿음을, 부활하신 예수님을 가장 처음 영접한 영광을, 부활의 소식을 널리 전하고자 하는 사명을 본다. 그래서 막달라 마리아를 좋아한다. 지금도 여전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