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영은교회 형제자매님들께 존귀하신 주님의 사랑으로 문안 인사드립니다. 저는 독일 뉘른베르크에 사는 허승우입니다. 1996년에 독일에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와서 뉘른베르크에서 지금까지 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는 작은 목사입니다.
故 고일호 목사님께서 뮌헨한인교회 담임목사님으로 계실 때에 에얼랑엔에서 협동목사로 사역을 하였습니다. 고 목사님을 추모하며 목사님의 사랑과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갑자기 편지를 드리게 된 것은 올 2월에 독일에서 김명희 권사님을 뵈었는데 그때 제가 말실수를 하여 그것에 대한 변명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독일교회보다 한국교회가 더 위기이고 위태롭게 보입니다!” 오랫동안 고국을 떠나와 있어 정확한 고국 교회의 상황도 잘 모르면서 용감하고 무책임하게 이 말을 하였습니다.
■ 사랑이 많은 독일교회
독일은 아직까지는 기독교 국가인 것이 확실합니다. 인구 8,000만 명 가운데 2024년 현재 4,000만 명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입니다. 2,000만 명이 개신교인이고, 2,000만 명이 가톨릭교회 성도입니다. 북쪽 동해바다(Ostsee)에서부터 남쪽 알프스 산골짜기까지 개신교회 하나, 가톨릭교회 하나가 사이좋게 세워져 있습니다. 더 이상 교회를 건축할 곳이 없는 나라 입니다. 독일은 문화적으로 기독교화된 나라입니다. 독일인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회 안에서 시작하여 교회 안에서 삶을 마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태생적 문화가 된 독일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입니다. 독일교회, 독일 성도들, 독일 사람들은 생각보다 매우 친절합니다. 독일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냉정해 보이지만 약자들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그들의 삶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이 이웃 사랑으로 물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교회는 ‘사랑하는 교회’입니다.
사랑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려는 교회가 독일교회입니다. 모든 가치 기준의 증거가 “오직 사랑(solus amor)”입니다. 그러다 보니 믿음을 가르치고 전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생각을 강요하는 인격적이지 않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랑이 없는 것처럼 여기는 듯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이 있게 성서를 사랑하고, 연구하고, 가르치지만, 그 진리를 “믿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공적인 장소에서 전도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 믿음이 좋은 한국교회
우리나라 한국 교회는 오직 믿음(sola fide)으로 전도하고, 성경공부하고 기도드리며 찬양과 예배에 열심을 다하여 부흥하고 성장한 교회입니다. 한국 개신 교회는 올해로 선교 140년이 되었습니다.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유럽 교회들이 바라볼 때 한국 교회는 어린 교회(Junge Kirche)입니다. 반대로 유럽 교회는 연세가 많으신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교회는 힘이 넘칩니다. 빨리 성장합니다. 학습 능력도 무한합니다. 한국 교회가 성장하고 모이기에 힘쓰고 전도에 열심인 것은 어린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진리의 터 위에 믿음으로 세워집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배워 공유하고 같은 신앙 고백을 하면서 교회라는 공동체가 세워집니다. 유럽에서는 이 작업을 이미 오래 전에 마쳤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한국 교회는 복음을 전파하여 믿음으로 교회를 세우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한국 교회는 믿음 강국 선교 강국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에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한 나라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100년 만에 선교 된 교회가 선교를 하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믿음이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 될 수 있지만,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믿음에 대한 전도가 마치 자기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전도가 아니라 그 방법과 태도가 인격적이지 않고 사랑이 없다고 여기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사랑이 많은 독일교회와 믿음이 좋은 한국 교회가 서로 함께 만나 사랑하고 믿고, 믿고 사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성서와 일치하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두 교회가 되었으면 너무 좋겠습니다. 사랑과 믿음이, 믿음과 사랑이 함께 가는 아름다운 교회를 소망하며 멀리 독일에서 사랑하는 고국의 교회 성도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주님 오신지 2024년 3월 28일 성목요일에
허승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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