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기 참 어려운 이 시대에 하나님의 세밀한 음성에만 귀 기울이고자 떠났습니다. 길었던 겨울을 마무리하는 2월의 마지막 날 가평의 필그림하우스로 말입니다.
복음을 어떻게 살아내야할까요? 우리의 묵상, 메디타치오는 로마서와 천로역정을 중심으로 이 질문에 답하고자 했습니다.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은 멸망의 도시를 떠나 십자가 앞에서 죄짐을 벗지만 여정은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박초아 청년이 나눴던대로 천성에 도착하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난관이 남아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꼭 닮아있죠. 십자가의 은혜를 통해 구원을 받았지만, 아직 승리해내야할 경주가 산적해 있으니깐요. 그렇다면 믿음과는 별개의 무엇인가가 필요한 것일까요? 이신칭의와 삶의 예배 사이에서의 고민을 가지고 주님께 나아갔습니다.
잠잠한 묵상 중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질문을 받은 베드로가 떠올랐습니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을 그 찰나의 침묵 또한 느꼈습니다. 예수님을 배신했다는 죄책감, 기대와는 달리 연약한 모습으로 돌아가셨던 주님에 대한 실망감, 뒤늦게 찾아오셨다는 섭섭함 등이 뒤얽혀 어쩌면 소리를 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그 감정의 파도에 침묵하고선,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이후 베드로의 삶은 항상 이 침묵에서 다시 시작했을 것입니다. 좌절하고 넘어질 때마다, 자신에게 다시 은혜를 주신 예수님을 기억하면서요. 해낸 모든 역사도 자신의 의와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믿음으로 이루어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죄인이지만 의롭다 칭해주시는 은혜,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불러 사용해주시는 사랑. 그것이 처음 믿음으로 시작한 복음의 삶을 끝까지 믿음으로 마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 <천로역정> 순례길 : 천성에 도착한 순례자들
▪ <메디타치오> : 로마서 말씀 묵상
▪ 전체 나눔
▪ 메디타치오 채플실 : 필그림 기도
▪ 특강 : “꿈과 현실 사이, 그 길의 이야기(강사: 허준 안수집사)
▪ 블록세미나 일정을 마치고 : 필그림 ‘새예루살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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