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다, 만남에서 시작되다 (창 29:1~14)

함께 가다, 만남에서 시작되다 (창 29:1~14)

글| 이승구담임목사

  • 등록 2022.02.06 11:38
  • 조회수 70

함께 가다, 만남에서  시작되다 (창 2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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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구담임목사


머리가 숙여지고 마 음으로홈모하는' 만남


서울에 명동이 있듯이 만주 지역 간도 망에도명동이 있습니다. 간도 의 황량한 벌판에 위치 한명동은 ‘동쪽, 즉조 선을밝힌다’는 의미를담고 있습니다. 그 이름 에 걸맞게 명동은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조국의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 되었는데, 이 역사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이 바로 ‘간도의 대통령 이라불린 ‘김약연목사님입니다. 나라가 점점 쇠약해지고 관리들의 부패와 민중 수탈도 갈수복 심해지고 있던 구한말에, 김약연 목사님은 가솔 140여 명을 이끌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간 도로 떠났습니다. 고구려의 영토였던 간도를 개간해 우 리 당으로 만들어보자는 꿈을 품고 집단 거주지를 조성했습니다.


이것이 한민족 기독공동체 였던 ‘명동촌’ 입니다. 김 약연 목사님은 명동촌에 제일 먼저 서당을 세웠습니다. 이것은 이후 명동학교로 발전하여, 신앙교육과 민족교 육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학교 출신들이 독립 운동의 중심에서 많은 일을 감당하였습니다.


명동촌에서 자란 문동환 목사님은 김약연 목사님과의 만남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여덟 살 때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에 가는데 아주머니들이 년 커서 뭐가 될 래? 물어보셨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이 김 약연 목사님이었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살고, 모든 이들이 존경하는 그분이 목사였기에 나도 목사가 되어 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동환 목사님의 아버지 인 문 재린 목사님의 자서전에서도 김약연 목사님에 대하여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평생 만나보고상종한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생각만 해도 언제나 머리가 숙여지고 마 음으로 흠모하는 분이 많은데, 그 중 김약연 목사가 가 장그러하다.’’

문재린목사님과문동환목사님의 고백처럼 한사람의 삶에 깊은 인상을남기고큰 영향을미치는특별한만남 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숙여지며 마음으로 흠모하는 분을 만난 적이있습니까? ‘당신이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사람, 나또한바로그사람처럼 되고싶은, 그런사람을만난적이 있습니까?


세 목사님과의 만남

저에게는목회 철학을형성하는데 큰 영향을주신, 닮 고싶은세분의목사님이 계십니다. 

첫 번째 목사님은 재가 처음 교육전도사로 사역할 때 의 담임목사님이십니다. 그분은 꼭회자의 자질’ 을철저 하게 가르쳐 주신 분입니다. 제가 이민지를 함부로 버린 일을 두고, 목회자는 누구보다도 절약하는 삶을 실천해 야 한다고 철저히 훈계하셨습니다. 그분은 ‘꼭회자는 죽 는 일이 아니면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 는 말씀을 자 주 하시면서 목회자가 갖추어야 할 성품과 자질을 가르 처주셨습니다. 

두번째목사님은 ‘인격적인목회’가무엇인지 가르치 주신 분입니다.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직접 보 여 주셨습니다. 신앙과삶이 일치된모습으로교회 성도 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촌경하는 훌륭한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세 번째 목사님은 꼭회자와 신학자’ 의 균형을 가르쳐 주신 분입니다. 말씀을 연구하는 목회자의 삶에 대하여, 목회현장과 함께 하는 신학자의 삶에 대하여, 이 둘의 조화로운 균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시고 실천하시는 분입니다. 


이 세 분 목사님과의 만남을 통해 저는 목회란 무엇인가, 목회자는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의 중요한 문재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래서 이분들을 떠올릴 때마다 언제나 머리가 숙여지고 흠모하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 

이처럼 누구를 만나고, 그 사람과의 만남이 어떤 특징 이 있는가는 우리 삶을 더욱 성숙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 는힘을갖고있습니다. 


목자와의 만남 ; 정보를 얻는 만남

오늘본문에서 야곱은세 번의 만남을갖습니다. 첫째, ‘목자와의 만남’ 입니다. 

‘‘본즉들에 우물이 있고그곁에 양세 떼가누워 있으니 이는 목자들이 그 우물에서 양 떼에게 물을 먹임 이라 (창 29:2)" 

형 에서를 피해 민 길을 달려온 야곱은 자신이 도피하 려고 했던 목적지 근처에 도달합니다. 

1절을 보면 야곱은 '%방 사람의 당 에 도착했습니다. 야곱은 자신의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우물가로 갑니다. 거기서 목자들을 만납니다. 야곱은 우물가에 있는 목자들에게자신의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하여 대화를 시작 합니다. 야곱은 먼저 목자들의 출신지를 묻습니다(창 29:4). 우연히 만난 목자들은 야곱이 가려고 했던 목적 지에서 온사람들이었습니다. 

야곱은 목자들에게 나홀의 손자 라반 즉, 자신의 외삼 촌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창 29:5). 그들은 라반을 알 고 있었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야곱은 아마도 안도했을 것입니다. 이제 야곱은 마지막으로 그가 평안한지 묻습 니다. 그러자 목자들은 라반이 평안할 뿐 아니라, 그 딸 이 지금 이리로 오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려 줍니다. 야곱과 목자들의 만남은 우물가에서 우언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야곱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만남이었습니다. 매우 소중한 정보를 얻는 만남이었으며, 기 대하지 못했던 좋은 결과를 얻는 만남이었습니다. 야곱 이 아버지의 집을 떠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느꼈을 큰불안감에서 벗어난 수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또한 자신 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선택이 맞았음을 인정받는 만남이었습니다. 


라헬과의 만남 ;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만남

야곱의 두 번째 만남은 라헬과의 만남입니다. 야곱은 목자들과의 만남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이제 자신을 목적지로 이끌어 줄 외삼촌의 딸을 기다립니다. 바로 그때 양떼를 몰고 오는 여 인을 발견합니다. 야곱이 기다렸다는 듯이 라헬을 맞이하는 장면을 성경은 다음 과같이 기록합니다. 

"야곱이 그의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헨과 그의 외삼촌의 양을 보고 나아가 우물 아귀에서 돌을 옮기고 외삼촌 라 반의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창 29:10)" 

여기에서 '외삼촌’ 이라는 단어가 세 번에 걸쳐 반복됩니다. 야곱이 가족 공동체를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고 있는 목적이 달성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또한 벤 엘에서 야곱을 찾아오사 보호와 인도를 약속하신 하나 님께서 그 언약대로 야곱에게 길을 열어주고 계심을 알 려줍니다. 

야곱은 라헬과 목자들이 할 일을 직접 나서서 도와줍 니다. 어찌 보면 라헬을 당황케 하는 돌발 행동일 수 있 으나, 야곱은 마치 자신이 해야 하는 일처럼 라헬이 해 야 할 일을 대신합니다. 라헬이 몰고 온 양들에게 우물 물을 먹입니다. 외삼촌 라반의 식구가 된 마음으로 라헬을 도외줍니다. 야곱의 돌발적인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라헬에게 입맞추고 소리 내어 울며 (창29:11)"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장면입니다. 낯 선 남자가 갑자기 다가와 친절을 베풀더니, 입을 맞추 고, 소리 높여 웁니다. 라헬의 입장에서는 무척 당황스 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야곱의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만남의 순간입니다. 라헬과의 만남은 800여 킬 로미터의 길을 오면서 겪었던 온갖 어려움과 아픔을 내 려놓는 시간입니다. 먼 여정을 마무리하고 친척을 만나 비로소 안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야곱과 라헬의 첫 만남은 서로의 정체를 알리고 확인하는 만남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만남에는 또다른 반전이 있습니다. 한 달의 시 간이 지난 후(창 29:14), 야곱은 라헬을 더욱 사랑합니다 (창 29:18). 라헬에게 더욱 깊어지는 사랑에 확신을 갖습 니다. 우물가에서 만났던 바로 그 여인을 위해서 자신의 평생을 바치겠다고 결단합니다. 야곱과 라헨의 만남은 그들의 삶에 매우 중요한 만남이 었습니다. 첫 만남은 비 록 당황스러웠을지라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더 소 중한 만남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라반과의 만남 ;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는 만남

야곱의 세 번째 만남은 라반과의 만남입니다. 야곱과 만난라반은어떻게 합니까? 

"라반이 그의 생질 야곱의 소식을 듣고 달려와 서 그를 영접하여 안고 입맞추며 자기 집으로 인도하여 들이니 (창 29:13)" 라반은 달려나가 야곱을 맞이하고 안고 입 맞추면서 최고의 방법으로 야곱을 환영합니다. 이러한 라반에게 야곱은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털어놓습니다(창 29:13). 야곱은 이제 자기 인생의 나머지를 함께 할 수 있는 핏줄을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자신의 삶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라반은 야곱에게 “너는 참으로 내 혈육(창 29:14)” 이라 고 합니다. 마치 이산가족이 상봉한 것 같은 따스함마저 느껴집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라반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야 곱이 라반의 아들들이 하는 말을 들은즉 야곱이 우리 아 버지의 소유를 다 빼앗고 우리 아버지의 소유로 말미암 아 이 모든 재물을 모았다 하는지라. 야곱이 라반의 안색을 본즉 자기에게 대하여 전과 같지 아니하더라(창 31:1-2)” 야곱을 자기 혈육이라고 고백했던 라반은 물 질 때문에 안색이 변했습니다. 야곱에게 최고의 위로자 였던 라반은 점점 야곱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정리 ; 만남이 갖는 의미

야곱의 세 번의 만남은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먼저 목자와의 만남은 정보를 얻기 위한 평범한 만남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목자와의 만남은 야곱에게 특별 한 의미가 있습니다. 야곱의 인생에서 전환점을 향한 중 요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새로운 삶의 출발을 위한 소중한 만남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라헬과의 만남은 처음보다는 나중이 점점 소 중해지는 만남이었습니다. 첫 만남은 쉽게 이해할 수 없 는상황이었지만, 만남이 계속될수록점점 친밀함이 깊 어지는 만남이었습니다. 생각할수록 더욱 흠모하게 되 는만남이었습니다. 

반면에 라반과의 만남은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는 만 남이 었습니다. 첫 만남은 마치 깐’ 이라도 빼줄 것 같은 감격이 있었으나, 거짓이 두 사람 사이에 들어오자 함께 할수없는관계 로변질되었습니다. 


적용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야곱의 만남 가운데 우리 교회의 비전인 함께 가다 에 필요한 만남이 있습니다. 개인과 의 만남이든 공동체와의 만남이든 야곱이 라헬을 만났던 것처럼 처음보다 나중이 점점 더 좋아지는 만남이 그것 입니다. 처음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왠지 정이 안 가고, 마음이 좀처럼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복 감사가 더해지고, 기쁨이 더해지고, 생 각할 때마다 머리가 숙여지고, 생각할수록 존경하는 마 음이 깊어지는만남, 그러한만남이 있다면삶속에 감동 이충만해지게 됩니다. 이와 같은 만남이 있는 공동체가 함께 가다 라는 비전을 이루어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여러분!

2022년 한 해 동안 ‘영은, 함께 가다’ 라는 비전을 향 해 나아갈 때 영은교회를 생각할수록 머리가 숙여지고 흠모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는 우리 모두가 되시기 를 바랍니다. 교우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더 욱 감사하고, 더욱 사랑하고, 더욱 기뻐하는 삶으로 가 득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곧 ‘함께 가다’’의 비전을 이 旺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