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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떼제를 가다

- 예수를 찾아 온 젊은이들 -

글: 김명희 통신원 | 기사입력 2025.10.0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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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십만 명의 젊은이가 몰려온다고?

     

    올해 7월 말, 나는 프랑스 동부 작은 시골 마을 떼제(Taizé)에 있는 떼제 공동체(Taizé Community)를 친구와 방문했다. 오래전부터 ‘꼭 가리라’ 마음먹었던 꿈이 이뤄진 것이다. 내가 떼제에 간 것은 매년 수십만, 매주 수천 명의 젊은이가 떼제로 몰려온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내 눈으로 그 현장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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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제로 가는 길은 초행이라 긴장됐다. 우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차를 타고 프랑스 리옹을 거쳐 마콩에 도착했다. 마콩에서 1박 한 후 아침 일찍 떼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름다운 프랑스 시골 풍경을 감상하며 구불구불 달리다 보니 어느덧 떼제 공동체 입구에 도착했다. 오전 11시, 떼제 경내는 한산했다. 있어야 할 ‘수천 명의 젊은이’가 보이지 않았다. 접수처도 문이 닫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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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니 모두 아침 소그룹 성경공부에 참여하고 있었고, 이어서 정오 기도를 위해 떼제 안에 있는 화해교회에 모여있었다. 기도를 마치자 수많은 젊은이가 배식 장소로 모여들었다. 우리도 그 젊은이들 틈에 끼여 식판을 받아들었다. 식판엔 접시에 담은 밥(?)과 빨간 공기 그리고 숟가락뿐이었다. 친구와 나는 꿀맛 같은 식사를 하며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이렇게 나의 떼제 체험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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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제 공동체는 일주일 단위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떼제 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주일 오후에 입소해서 다음 주일 오후에 퇴소한다. 떼제에 머무는 동안 기도와 찬양, 성경공부와 봉사를 하게 된다. 떼제의 전 일정은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꼭 일주일이 아니어도 가능한 날만큼 떼제에 머물 수 있다. 떼제 프로그램은 예수의 사역과 죽음, 부활을 주제로 일주일 동안 요일별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7일간 예수의 사역과 복음, 십자가와 부활을 묵상하게 된다. 아침 10시 소그룹 성경공부와 하루 세 번 있는 ‘공동기도’(예배)가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에 맞춰져 있다. 내게 떼제 생활은 ‘예수 축제’ 같았다.

     

    ▶ 개신교 신자 로제가 세운 떼제 공동체


    떼제 공동체는 1940년 개신교 신자인 로제에 의해 창설된 초교파적 수도회다. 로제의 아버지는 스위스 개신교 목사였고, 어머니는 프랑스인이었다. 로제는 스위스 로잔과 스트라스부르에서 개신교 신학을 공부했으며, 1940년 8월 20일에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의 시골 마을 떼제에 정착했다. 거기서 그는 누나 쥬느비에브와 친구 몇 명과 함께 나치를 피해 도망 다니는 유대인들과 나치에 항거하는 사람들을 숨겨주었다. 이 일로 로제는 1944년까지 스위스에 피신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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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제네바에서 떼제로 돌아온 로제는 전쟁고아들과 독일군 전쟁 포로들을 돌봐주는 일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1949년에 초교파 형제 수도회인 떼제 공동체를 설립하게 됐다. 초기에는 로제와 그를 도왔던 7명이 종신서원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 20개국에서 온 100여 명이 넘는 초교파적 크리스천 형제들이 떼제에서 공동생활을 하게 됐다. 이들은 재산을 공유하고, 독신을 지키며, 떼제 규칙에 따라 생활했다. 개신교 신자였던 로제가 창립한 떼제 공동체는 현재 개신교뿐 아니라 가톨릭, 성공회 등 초교파적인 기독교 수도 공동체로 운영되고 있다. 떼제 공동체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적인 삶을 지향한다. 이 공동체는 어떤 후원물자와 후원금도 받지 않는다. 오로지 수도자들이 노동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만 운영된다. 연중 몰려오는 수십만 명의 떼제 참여자들은 각자 경제적 여건에 맞게 소액의 참가비를 낸다. 이들을 위한 숙식과 모임 운영에 관한 모든 일은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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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게 단순하고 소박하다


    떼제는 하루에 세 번 공동 기도시간을 갖는다. 오전 8시와 12시 20분, 저녁 8시 20분이다. 이 시간이 되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젊은이들이 화해교회로 모여든다. 떼제에서는 기도가 곧 예배다. 떼제의 일정 중에 기도가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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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첫날 저녁기도 모임에 갔다. 떼제 중앙에 있는 화해교회는 어떤 장식도 의자도 없는 넓은 예배공간으로 단순하고 소박하다. 강단도, 설교단도 없다. 예배당 정면 왼쪽에 성찬대와 오른쪽에 십자가가 전부다. 예배당 내부 앞쪽에는 작은 촛불이 오밀조밀 놓여 있다. 왼쪽 벽 쪽에는 작은 파이프오르간이 있다. 공동기도가 시작되면 모두가 바닥에 앉아 기도하고 찬송하고 말씀을 듣는다. 50여 명의 떼제 수사들은 예배당 중앙에 3~4명씩 일렬로 앉는다. 화해교회에 모인 수천 명 모두가 자못 진지하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되는 공동기도는 단순하다. 떼제 찬양을 여러 곡 부른 후 길지 않은 성경 구절을 각국어로 여러 명의 수사가 낭독한다. 그리고 다시 찬양을 반복한다. 떼제 노래는 짧고 단순하다. 찬양에 이어 침묵기도를 한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참으로 단순한 형식의 예배다. 특별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찬양이었다. 각국어로 부르는 떼제 찬양은 마치 웅장한 천사들의 합창 같았다. 모두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화음에 맞춰 찬양했다. 아름다운 화음으로 마음을 다해 찬양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와 친구는 회중의 찬양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됐다.

     

    ▶ 교회의 미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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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해교회의 하루 세 번의 ‘공동기도’는 세계 젊은이가 떼제를 찾는 중요한 이유다. 떼제의 생활은 공동기도를 포함해 모든 게 단순하고 소박하다. 딱딱한 빵에 막대 초콜렛 2개를 끼워 먹는 단순한 아침 식사도 모두가 즐겁다. 접시에 배식하는 소박한 식사도 미슐랭 ‘별 5개’ 특식보다 모두를 더 행복하게 한다. 떼제 참석자의 대부분이 10대와 20대인데, 이들은 떼제의 단순함과 소박함에 환호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그들에게는 화려한 예배당보다, 장엄한 예배보다, 떼제의 소박한 예배가 더 은혜가 된다. 단순한 식사와 불편한 잠자리, 화장실 청소와 설거지가 그들을 더 즐겁게 한다. 나는 몇 명에게 물어봤다. “여기에 온 이유가 뭔가요?” 단순한 기도와 찬양, 소박한 일과와 식사, 봉사와 나눔을 통한 친교가 좋아서라고 답한다. 그들은 소박한 떼제에서 소박하게 살았던 예수를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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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말했다. 젊은이들이 없는 텅 빈 유럽의 교회가 걱정된다고. 한국교회도 젊은이들이 줄고 있어 큰일이라고. 나는 이번 여름에 떼제 공동체에서 ‘교회의 미래’를 만났다. 예수를 찾아온 수많은 젊은이가 교회의 미래다. 그들이 있기에 주님의 교회는 여전히 건재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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