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입니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빛만 겨우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20대 초반, 네팔로 선교를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음에도 저는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시험이 되지 않을까, 또한 뭔가 모를 죄책감이 들어 도전해보지 않았습니다. 이런 제가 이번에 많은 청년과 목사님, 그리고 권사님과 함께 5박 6일(9/29~10/4) 동안 괌, 마이크로네시아에 다녀왔다는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고, 제가 어떤 용기에서 신청하게 되었는지도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저희 ‘구함팀’은 선교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서툴기도 하고, 서로의 리듬이 잘 맞지 않아 때로는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선교를 준비하는 도중 취업을 한 사람도, 개인의 일로 바쁘고 힘들었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다 뒤로 하며 모든 팀원이 열심히 선교를 준비하고, 괌 땅을 위해 기도하고 힘썼습니다. 꾸준히 모이는 것이 힘들다면 일부의 시간이라도 함께 하려 했으며, 밥을 먹지 못하고 연습만 하고 갔던 팀원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헌신이 참 아름다워 보였고,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쁘고 뿌듯해 하실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눈이 보이지 않아 워십과 레크레이션, 무언극 등을 같이 할 수 없어 모두에게 많은 미안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건 다녀온 지금도 매우 큰 미안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저를 데리러 오려고 로테이션을 구성한 임원들, 저를 돕기 위해 함께 이동하며 내 눈이 되어준 팀원들, 짐 패킹을 하거나 포장을 할 때 그것을 하지 못하는 제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던 한 팀원의 말까지... 괌 선교는 함께한 영은 청년들의 괌에 대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지만,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제가 선교에 기꺼이 함께 녹아들 수 있도록, 저를 향한 사랑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괌 땅에서 사람들을 만나 부족한 영어로 말하고 대화하며 그들이 믿는 하나님을 알 수 있었고, 주님을 찬양하고자 하는 그들의 뜨거운 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예배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원주민들을 만나 함께 뛰며 찬양할 때도, 플루트로 찬양을 연주할 때도, 특송을 부를 때도, 함께 기뻐하며 춤추는 괌 주민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언극과 워십을 할 때마다 들려오는 박수 소리와 찬양에 호응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이 괌 주민들에게 기쁨으로, 또한 하나님을 모르지만 좋은 음악을 들으러 왔다는 사람들에게도,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춤추는 어린아이에게도 주님을 전할 수 있어서 감사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저는 선교지에 다녀와서 하나님을 힘껏 찬양하고, 자유롭게 주님을 부를 수 있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주님을 알고 기도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얼마나 복된 삶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괌에서의 짧지만 길었던 일주일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더욱 흘려보내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그저 장애인이기에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버리고, 내가 가능한 한 자리에서 주님을 더 찬양하고 바라보고 전하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일주일간 서슴없이 제 눈이 되어준 구함 팀원 모두에게 이 글을 통해 참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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