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유산을 찾아서
값싼 은혜와 값진 은혜
- 디트리히 본회퍼 -
글 | 김명희 (동행 편집위원)
통계청에서 실시한 2015년 종교인구조사에 따르면, 한국 내 개신교 인구는 총 967만 6000명 (19.7%)으로 집계됐다.
불교 인구가 761만 9000명 (15.5%)으로 두 번째로 많으며, 그 뒤를 이어 천주 교(389만명 · 7.9%) 순이다.
개신교인은 한국 종교 인구 증 1위로, 한국인 5명 중 1명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하는 개신교 인구는 교회가 한국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일깨워준다.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도 독일교회의 순교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를 통해 교회의 본질을 성찰하고자 한다.
독일교회에 실망하다
본회퍼가 살던 시대는 세계가 전쟁으로 시름하던 시기다.
1, 2차 세 계대전을 치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잃었다. 6백만 유대인들은 ‘유대인’ 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스실에서 삶을 마감했다. 2천 년 기독교 역사의 땅 유럽은 하나님의 존재 여부를 물어야할 지경이었다.
한때 신성로마제국이라 불리던 독일은 양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 됐다.
불의와 악행, 축임과 파괴 속에서 젊은 신학자 본회퍼는 고민했다. ‘교회는 무 엇인가?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본회퍼는 교회에 대한 실존적 물음 속에서 『행위와 존재』 (1930)라는 논문으로 교수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논문에서 행동’ 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을 천명했다.
세상을 피하거나 세상과 야합하는 것 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미’ 일어난 하나님의 계시는 ‘지금’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천 년 전 그리스도 안에서 단 한번 일어난 하나님의 계시는 ‘존재' 인 동시에, 교회 공동체안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행위’다.
그런데 ‘지금’ 교회는 어떠한가? 나치 독일 당시 교회는 계시의 행위를 수행하지 않고 나치에 대해 지지하거나 침묵했다.
교회는 하나님이 영적인 구원을 위해서 예수를 보내셨듯이, 독일을 구원하기 위해서 히틀러를 보내셨다” 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들은 히틀러 앞에서 하일(Heil, 구원)’ 을 외쳤다.
본회퍼는 나치와 결탁한 독일제국교회에 대해 ‘그리스도의 뒤따름이 없는 교회’ 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본회퍼가 몸담았던 ‘고백교회’는 하냐님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만이 복종의 대상이며, 하나님의 계시라고 선포했다.
그리고 히틀러에 복종 할 것을 거부했다. 독일제국교회가 ‘값싼 은혜의 교회 였다면, 고백교회는 값진 은혜의 교회였다.
교회의 원수인 값싼 은혜
본회퍼는 값싼 은혜는 ‘‘교회의 철천지원수”라고 역설한다.
값싼 은혜는 싸구려 상품과 같은 은혜다. 헐값으로 팔아 치우는 사죄이고, 위로이며, 성례전이다.
값싼 은혜란 교회창고에 무진장 쌓여 있는 상품처럼, 손쉽게 주저하지 않고 무한정 쏟아 버릴 수 있는 은혜다.
이것은 공짜이기에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그러나 값진 은혜는 공짜가 아닌 ‘이미 모든 시대를 위해 계산이 치러진’ 은혜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이미 계산을 한 은혜다. ‘그리스도를 뒤따름' 은 값진 은혜의 대가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어떠한가? 소위 ‘그리스도인들' 은 믿음이 없어도 세례를 받으며,
진정으로 참회하지 않아도 죄 용서를 받으며, 참으로 죄를 고백하는 마음이 없어도 성례전에 참여한다.
죄의 용서, 칭의, 세례, 성례전 등이 씨구려 물건처럼 베풀어진다.
하나님의 값진 은혜는 그리스도의 뒤따름이 없는 싸구려 은혜가 되었다.
본회퍼는 그리스도의 뒤따름이 없는 은혜는 종교적 기만이요 위선이라고 질타한다.
히틀러의 독재에 저항하지 않고 침묵했던 당시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거세게 비판한다.
교회를 향해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세상의 불의에 저항할 것을 요구한다.
본회퍼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뒤따름이 있는값진 은혜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값진 은혜와 그리스도를 따름
은혜가 값진 까닭은 은혜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를 호소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은혜가 값진 까닭은 은혜가 하나님에게 값진 것이기 때문이며,
하나님은 은혜를 위해 아들의 생명을 대가로 치르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우리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아들을 귀하게 여기지 아니하시고 기꺼이 내어주셨기 때문이다.
값진 은혜로 인해 우리는 그리스도를 뒤따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은혜와 뒤따름은 분리될 수 없다.
그리스도를 뒤따른다는 것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계시’ 를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는 기독교화 되었고, 은혜는 기독교 세계의 일반상식이 되어버렸다.
교회가 세속화함으로써 값진 은혜에 대한 깨달음도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은혜와 그리스도의 뒤를 따름이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도 망각하게 되었다.
본회퍼는 참된 교회는 예수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보여주었던 희생적 사랑을 실천하고,
타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예수가 그랬듯이, 교회가 타자를 위해 촌재할 때 값진 은혜의 교회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라고 말한다.
본회퍼는 오늘도 대한민국의 교회들을 향해 동일하게 외친다.
값싼 은혜가 아닌, 값진 은혜 안에서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교회가 되라고! 그래야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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