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집 : 루터를 만나자 〈12〉 참된 가난과 제1계명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집 : 루터를 만나자 〈12〉 참된 가난과 제1계명

김명희 (동행 편집위원)

  • 등록 2017.11.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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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집 : 루터를 만나자 〈12〉


참된 가난과 제1계명 


글 | 김명희 (동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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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21일 양일간 곤지암에 있는 소망교회 수양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넘 한국기독교 연합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의 특징은 한국신학사상 최초로 교파를 달리 하는 7개 개신교 학회가 연합해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는 것이다.

한국의 4천여 신학자중 650여명의 신학자들이 참석한 이 날 학술대회에서는 "종교개혁과 오늘의 한국교회’’란 주제로 80여 편의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발표자들은 물질주의와 세속화 앞에 무너진 한국교회와 신학을 반성하며, 교회와 신학을 되살리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500년 전 마르틴 루터도 배금주의’ 로 타락한 로마교회를 향해 복음의 본질로 돌아갈 것 을 외쳤다. 

그는 ‘부자’가 되려는 교회를 향해 성경이 제시하는 '참된가난'의 의미를 설파했다.

루터에게 재물은 하나님의 규정이요 선물이다. 따라서 선행이란 소유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를 통해 이웃을 돕는 것이다.

루터는 '부자청년’ (마 19:16~22)의 이야기를 통해 참된 소유와 참된 가난에 대해 밝혔다. 

제1계명을 지키지 못한 ‘부자 청년’ 

권고와 계명이라는 이중윤리를 가지고 있었던 중세교회는 부자청년이 가난한 지들에게 베푸는 일을 '복음적 권고’ 로 해석한다. 

그러나 루터는 예수가 부자청년에게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마19:21)고 명령한 것은 ‘권고’ 가 아닌 ‘계명’ 이라고 주장한다. 

부자청년이 예수의 명령을 지키지 못한 것은 하나님보다 재물을 더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는 더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는 십계명의 제1계명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부자청년에게 문제가 된 것은 모든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에 게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하나님보다 재물을 더 사랑한 것이다.

제1계명을 지킬 때 '하나님 사랑이 가능한데, 부자청년은 이것을 지키지  못했던것이다.'

루터는 십계명과 이중계명(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지키는 일이 선택사항이 아니고 명령 임을 강조한다. 

재물(돈)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한다는것은 하나님 사랑인 십계명의 제1계명을 어기는 것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마음의 중심을 재물이 아닌 만물 위에 계신 분에게 두어, 하나님을 더 높이 촌중해야 함을 명령한다. 

따라서 예수가 부자청년에게 말한 ‘‘모든 것을 팔아야 한다.”는 계명을 문자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간존재의 포기로 결국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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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란, 재물을 소유하는 자가 아닌 신뢰 하는자 

루터에게는 ‘무조건적 재물 포기’ 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루터는 인간 삶에 있어서 재물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에 마음을 두어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재물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가 하나님 보다 돈과 재물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는 돈을 좋아하고 주인으로 섬기며 촌경하고 숭배한다. 

심지어 그는 가난한 자를 굶어 죽게 하는 탐욕스러운자다. 루터는 이러한자를 가리켜 ‘악인’ 이라고 부른다.

루터에게 부자란 재물이 많든 적든 그 재물을 ‘신뢰하는지! 다. 이것은 참된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신뢰는 제1계명에서 말하는 것처럼 오직 생명과 재물과 모든 것을 주신 하나님께만 속한 것이다.

 그런데 신뢰를 하나님이 아닌 돈과 재물에 두는 자는 악인이자 부자다. 돈을 소유해서 부자가 아니다. 

하나님 보다 돈을 더 신뢰하는 자가 부자다. 루터는 부(富)는 하나님의 선물이기에 부와 돈, 재물에 집착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것을 그리스도인답게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재물은 하나님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이자 수단이다. 이 도구가 목적이 될 때 그 사람은 부자가 되고 악인이 되는 것이다. 

루터는 재물의 소유를 인정한다. 다만 재물은 소유하는 것이지 섬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제1계명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재물은 이웃을 사랑하고 도와주는 데 시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루터는 교회가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한다.  

참된 가난이란, 돈을 하나님으로 삼지 않는 것 

루터에게 '부' 자체는 죄가 아니다. 그렇다고 가난도 하나님에게서 우선권을 갖지 못한다. 

참된 가난은 돈을 전혀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돈을 하나님으로 삼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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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조차도 영적으로 가난했지, 소유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외적인 가난이 아닌, 어떤 세상적인 것도 신뢰하지 않는 영적인 가난이다. 

세상 속에서 평안을 찾기보다는 늘 은혜로운 하나님을 바라보는 복음적 가난이다. 

기독교 연합공동학술대회를 마친 후 한국루터대학교 교수이자 독일교회 선교사인 이말테 목사님과 함께 서울로 향했다.

그가 들려준 독일교회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독일교회는 루터가 성경을 통해 주장한 참된 가난과 제1계명’ 을 실천하고자 

목사의 사례비를 매월 초에 지급한다고 한다. 그것도 중 · 고등 학교의 교장급여 수준의 적지 않은 돈으로. 

이유는 목회자가 돈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교회 사역에만 집중하며, 제1계명을 온전히 지키라는 깊은 뜻에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제1계명을 지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