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집 : 루터를 만나자 〈7〉
면죄부의 값싼 은혜
글 | 김명희 (동행 편집위원)
십자가가 아닌 면죄부
어느 날 루터는그의 교인들이 내민 종이 한장을 보고 격앙했다. 그것은 루터 몰래 데첼의 면죄부 부흥회에서 사온 면죄부’ 였다.
루터는 교인들이 그리스도의 은혜를 누릴 수 있도록 애써왔다. 하지만 그들이 정작 기뻐한 것은 십자가가 아닌 면죄부였다.
교인을 향한 루터의 영적 수고가 무색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회개하고 형벌을 받으라” 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은 형벌 후에 받는 그리스도의 은혜보다 형벌 없이 받는 면죄부의 은혜를 더 신뢰 했다. 루터는 잘못된 신앙의 길에 빠져든 교인들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했다.
그는 면죄부 오용에 대해 동료 교수들과 토론하기로 마음먹었다. 성난 루터는 면죄부들의 효력의 포고에 대한 토론’ 이란 제목하에 면죄부를 반박하는 논제들을 써내려갔다.
‘모든 성인 대축일(만성절)' 인 11월 1일에 독일 지역 내에서는 대대적인 면죄부 판매가 실시될 예정 이었다.
루터는 하루 전인 1517년 10월 31일에 비텐베르크 성(城) 교회 문에 그가 쓴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다.
루터 당시 교회는 이 세상에서 범한 죄의 벌은 완전히 용서받지 못하기 때문에 신자는 그에 따른 형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죄의 형벌은 고해시 사제가 부여하는 경건의 참회를 통해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신자는 사제에게 자신이 지은 죄를고백했고,
사제는 죄사면의 선언과 함께 형벌로서 기도, 철야, 금식, 적선, 순례, 교회 건축헌금 등과 같은 보속(補蹟)들을 부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형벌을 감해주는 면죄부’ 가 보속으로 등장했고, 인기리에 판매됐다.
교회는 면죄부 판매량을 늘이려 신학자를 동원했고, 면죄부는 일시적인 형벌뿐 아니라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또한 면죄부는 교회가 부여한 참회형 벌뿐 아니라, 하나님이 주는 세상의 형벌까지도 경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지은 모든 죄까지도 용서해준다는 ‘완전사면 면죄부’도 등장했다.
베드로 면죄부
면죄부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로마의 베드로성당을 건축하면서부터다. 교황 율리우스2세는 1506넌 베드로성당의 신축을 시작하면서 여러 종류의 면죄부를 발행했다.
그의 뒤를 이어 교황 레오 10세는 1515년 신성로마제국 중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한 독일의 막데부르크와 마인츠에서 면죄부를 8년간 팔도록 허용했다.
그는 막강한 집안 출신의젊은(23세) 알브레히트(1490-1545)를 두 교구의 대주교로 임명해 면죄부 판매를 위임했다.
알브레히트는 면죄부 발행청을 만들었고, 면죄부 판매를 위한 부흥사로 도미니크회의 수도사 데첼을 고용했다.
테첼은 면죄부 신학을 정립했고, 그의 탁월한 웅변술 로 청중을 감동시켰다.
‘‘죄를 자백하고 통회하며 이궤짝에 돈을 넣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그의 모든 죄를 용서 받을 것입니다.”
그의 면죄부 설교는 당시 교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설교가 되었다. 루터는 면죄부 설교가 난무하는 교회를 바라보며 절망했다.
‘‘설교에 있어서 하나님의 말씀보다 면죄부에 더 많은 시간을 할당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훼손하는 것(54조)이라고 질타했다.
그 면죄부 설교의 자리에 루터의 교인들이 있었던 것이다.
대주교 알브레히트가 발행한 〈면죄부 지침서〉에는 면죄부가 모든 죄를 완전히 용서할 수 있고, 가장 위대하고,
가장 크게 도움이 되며,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가능성들로 가득 찬 증서라고 적혀있었다.
이에 대 해 루터는 면죄부는 구원과 영생에 관해 아무런 유익이 없다고 반박했다.
구원은 면죄부가 아닌 오직 믿음을 통해서만 주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도는 복음을 전하라고 했지, 결코 면죄부를 설교하라고 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루터의 면죄부 반박
루터의 면죄부를 반박하는 95개 조항은 크게 네 개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첫째, 참된 회개를 요구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회개하라(마 4:17)고 하셨을 때, 이는 믿는 자의 삶 전체가 회개 하는삶이어야함을말씀하신 것이다.
이 말씀이 고해성사, 즉 사제에 의해 집도되는 고백과 속죄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1~2조)".
둘째, 교황과 교회법이 가진 권세와 연옥의 관계를 규명한다. ‘‘교황은 자기의 권위나 교회법의 권위에 부여된 것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벌도 가감할 수 없다(5조).”
셋째, 면죄부의 한계를 지적한다.
넷째, 면죄부의 오용에 대해 비판한다.
루터의 95개 조항은 교회와 교황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루터는 자기 신도들을 위해 동료 교수들과 면죄부의 잘못된 사용에 대해 토론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교수들만이 아는 언어인 라틴어로 반박문을 붙였다. 하지만 그의 소박한 바람은 강풍이 되었다.
반박문은 14일 만에 신자들의 언어 인 독일어로 번역되어 독일전역에 뿌려졌다. 마침내 루터의 반박문은 로마의 교황까지 위협했다.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를 외쳤던 루터에게 ’ 면죄부는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교만한 도전이었다.
하나님의 전적 은총이 아닌 인간의 행위(돈)로 하나님의 구원을 얻어내려는 불신(不信)의 산물이었다.
교회와 교황의 헛된 말에 현혹된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값비싼 십자가 은혜' 대신 면죄부의 값싼 은혜에 믿음을 팔아버렸다.
그들은 고난의 십자가룰 피하고 싶어 면죄부를 사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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