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세계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며, 또 한 번 교회개혁의 필요성을 외쳤다. 그해 우리 교회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축하하며 청년들 15명은 독일, 체코, 스위스 등 종교개혁의 주요나라들을 탐방하였다. 2019년에는 청년부에서 8명이 「루터 그랜드투어」팀을 결성해 20일간 독일의 종교개혁도시를 일주했다. 그 결과물로 『루터 그랜드투어: 독일의 종교개혁과 통일』(드림북, 2020)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장년부 대상의 「루터 그랜드투어」는 잠시 미뤄졌고, 2022년 여름에 재개되어 장년 37명이 독일, 체코,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의 종교개혁도시를 탐방했다. 독일이 종교개혁의 종주국이라면, 유럽의 여러 나라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촉발했거나, 계승·발전시킨 교회개혁국가다. 특히 스위스는 독일 루터의 종교개혁을 완성하여 세계에 전파한 거점국이다.
세계개혁교회의 요람이 된 스위스는 츠빙글리, 불링거, 파렐, 칼뱅, 베자와 같은 많은 종교개혁의 거장들을 배출하였다. 어떻게 작은 나라 스위스가 종교개혁의 중심에 설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작업은 개혁교회의 후예인 우리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일이기도 하다. 2023년 한 해 동안 「동행」 지면을 빌어 스위스 종교개혁의 역사를 둘러보고, 츠빙글리 및 칼뱅과 같은 종교개혁의 거장들이 외쳤던 개혁교회의 신앙을 되새기고자 한다.
▷ 독일에서 촉발된 종교개혁, 스위스에서 완성되다
독일 루터 도시 비텐베르크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은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스코틀랜드로 확산되었고, 그 여파는 신대륙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독일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수사였던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 성채 교회 문에 95개 논제를 붙이며 중세 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고발하였다. 대학의 신학 교수들과 논쟁을 벌이려 내건 반박문의 효력은 독일 전역과 유럽에 빠르게 전파되면서 세계교회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독일에서 촉발된 종교개혁이 세계교회개혁의 원동력이 된 데에는 스위스 종교개혁자들의 역할이 컸다. 또한, 당시 스위스는 유럽의 경제요충지로서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어서 종교개혁의 거점이 되기에 유리했다. 독일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은 스위스에서 완성될 수 있었다. 미미했던 스위스는 종교개혁 시기를 거치면서 독일 다음가는 위치에 설 수 있었다.
▷ 종교개혁 이전의 스위스 교회, 부패와 타락의 온상이 되다
스위스 교회는 중세 교회가 그랬듯이 몹시 부패하여 개혁이 불가피했다. 당시 성직자들은 무식하고 미신적이고 부도덕했고, 교회는 미신숭배와 도덕적 타락이 극에 달했다. 수도원들은 쇠퇴기에 직면했고, 학식이나 도덕적 감화력에 있어서 개혁자들에게 필적할 수 있는 인물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독신을 서원한 성직자들은 축첩을 묵인했다. 콘스탄츠의 주교 폰 호엔란덴베르크는 첩에게서 태어난 자녀 한 명당 4길더의 벌금을 물리고, 사제들을 용서해 주었다. 그 수입이 한 해에 무려 7,500길더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제들은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첩이나 창녀들을 두었고, 도박을 일삼으며, 평신도들과 술에 취해 신성모독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국가는 외국용병제도를 통해 스위스 젊은이들을 용병으로 전쟁터에 보내서 그들의 핏값으로 황금을 얻었다. 이런 방식으로 타락한 외국 자본이 스위스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하자, 스위스 교회의 교인들은 방탕한 생활로 타락했다. 츠빙글리는 용병들의 핏값에 기반한 스위스의 산업구조와 스위스인들 의식의 죄성을 복음에 비추어 신랄하게 비판했다.
올리히 츠빙글리(1484~1531), 스위스 종교개혁자
▷ 종교개혁, 스위스에서 세계로 한편, 종교개혁을 전후로 학문의 부흥과 함께 사상의 자유가 고무됐다. 당대 위대한 네덜란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의 바젤에서 활동(1514-1516과 1521-1529)은 루터를 비롯한 스위스 종교개혁자들의 성경 번역에 크게 공헌했다. 학문적 열풍 속에 사람들은 교회의 부패에 점차 눈을 뜨게 됐다. 바젤대학의 토마스 비텐바흐는 신학을 가르치면서(1505-1508) 면죄부, 미사, 성직자들의 독신 제도를 공격했다. 츠빙글리는 1505년에 그의 강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바젤에서는 독일 종교개혁가 루터의 책도 재인쇄되어 스위스 각처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종교개혁은 바젤이 아닌, 취리히에서 츠빙글리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스위스 종교개혁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된다:
① 1516~1531: 츠빙글리의 종교개혁기
②1531~1564: 칼뱅주의적 종교개혁기
③ 취리히에서 불링거(1575년 사망)와 제네바에서의 베자(1605년 사망)의 사역시기
츠빙글리와 불링거는 독일, 헝가리, 보헤미아의 종교개혁에, 칼뱅과 베자는 프랑스, 네덜란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에 영향을 주었다. 이렇듯 루터의 종교개혁은 스위스 땅에서 온전히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