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再建)의 위기, 기도로 맞서다
공동체의 진면목은 위기가 닥쳤을 때 드러납니다. 느헤미야중심으로 시작된 예루살렘 성벽 재건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귀환 공동체의 유대인들또한 신분의 높고 낮음을 넘어 성벽 재건이라는 사명에 각자의 힘을 보태며 하나된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성벽 재건을 훼방하는 자들이 집요하게 괴롭힙니다.
사마리아 총독인 산발랏은예루살렘의 재건은 곧 이스라엘 공동체의 재건이며, 이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크게 분노’합니다. 한글 성경에서는 ‘크게 분노하여’라고 한 단어로 번역되었으나, 본래 ‘격노하다’와 ‘격분하다’라는 두 단어가 결합된 것입니다. 또한 그는 유다 사람들을 비웃습니다. 소망도 없고 미약한 유다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견고해질 수 있겠느냐고 하면서 그들의 사기를 꺾고 있습니다.
도비야 또한 귀환 공동체를 조롱하며 혼란을 야기합니다. 그는 산발랏에게 맞장구치면서 여우가 올라가도 무너질 성벽이므로 자신들의 군대 앞에서는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빈정댑니다. 발자국도 남기지 않을 만큼 가볍고 민첩한 여우가 올라가도 금세 무너질 허접한 성벽을 쌓고 있다고 비아냥거립니다.
느헤미야와 귀환 공동체는 녹록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용기를 내어 성벽 재건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적자들이 말로 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산발랏과 도비야의 말은 귀환 공동체에게 소망과 용기를 잃게 만들고, 믿음이 흔들리게 하는 장벽이었습니다.
그러나 느헤미야는 대적자들의 훼방하는 말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느헤미야는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대항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구체적이면서도 간절하게 귀한 공동체의 현실을 하나님께 토로합니다.
“우리 하나님이여 들으시옵소서 우리가 업신여김을 당하나이다 원하건대 그들이 욕하는 것을 자기들의 머리에 돌리사 노략거리가 되어 이방에 사로잡히게 하시고 주 앞에서 그들의 악을 덮어 두지 마시며 그들의 죄를 도말하지 마옵소서 그들이 건축하는 자 앞에서 주를 노하시게 하였음이니이다 하고(느4:4-5)
그는 먼저 ‘우리 하나님이여 들으시옵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이 기도는 현재의어려움을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간절한 외침입니다. 느헤미야는 대적들의 위협앞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간의 관계에 근거해 하나님의 보호와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주인이자 보호자가 되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도우심을 요청하고자 이 같은 명칭으로 하나님을 부른 것입니다. 그리고 느헤미야는 하나님께구체적으로 기도합니다. 유다 백성들을 다시 종으로 삼으려는 그들의 계획이 도리어 그들 자신들에게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대적들의 조롱과 욕설이 그들에게 돌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안셀름 그륀 신부의「위기는 선물이다」 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그륀 신부는 삶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모든 위기에 대한 극복 방법을 소개합니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냉정을 유지하며 위기를 객관화하기, 내면에 머무르기, 작은 조치를 실행하기등의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륀 신부는 무엇보다도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기도가 위기에 맞서는 구체적 길을 찾도록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데 기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합니다. 느헤미야의 기도는 이와 같이 백성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에 우리가 성을 건축하여 전부가 연결되고 높이가 절반에 이르렀으니 이는 백성이 마음 들여 일을 하였음이니라(느4:6)
‘이는 백성이 마음 들여 일을 하였다’를 직역하면 ‘그리고 그 백성에게는역사할 마음이있었다’입니다. 예루살렘 성벽 건축의 직접적 주체가 ‘백성’이 아니라 ‘마음’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는 성벽 재건 공사에 임하는 백성들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으며그 자세가 얼마나 헌신적이고 자발적이었는가를 부각합니다. 예루살렘 성벽 재건 공사의 원활한 진행의 근저에는 탁월한 느헤미야의 기도와 함께 뭉친온 백성의 하나된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위기를 기도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께 받은 은혜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도가 두드리면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다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는 아닙니다. 또한 기도한다고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도해도 걱정이 되고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도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기도는 마음 속에 찾아온 삶의 두려움을 이겨내게 합니다. 기도는 말씀대로 행하시는 하나님을 의심하지 않고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도록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따라서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기도입니다. 기도를 통해 우리의 속사람이 담대하고 강건한 영적 능력을 입는 것이 우선입니다. 왜냐하면 그 영적 능력이 보이는 세상을 이기고 마침내 영광의 승리에 참여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 재건(再建)의 위기, 전략으로 맞서다
예상치 못한 방해 속에서도 느헤미야와 백성들은 꾸준히 비전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러나 어려움은 계속됩니다. 산발랏과 도비야를 포함한 일당들이 예루살렘 성벽 재건이 진척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또다시 심히 분노합니다(느4:7). 그리고 “다 함께 꾀하기를 예루살렘으로 가서 치고 그 곳을 요란하게 하자(느4:8)”고 모의합니다.
산발랏은 도비야뿐 아니라 아라비아 사람들, 암몬및 아스돗 사람들과 연합했습니다. 북쪽에는 사마리아인, 동쪽에는 암몬 사람들, 남쪽에는 아라비안 사람들, 서쪽에는 아스돗 사람들에 의해 포위된 형국이었습니다. 이들은 힘을 모아 예루살렘을 공격하려고 합니다. 추후 상부에는 페르시아 제국을 반역하는 자들을 진압했다는 명분을 둘러댈 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방인들이 사방을 에워싸 버리자 유다 사람들도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이 상황을 새번역 성경에서는 이렇게 서술합니다. “그런데 유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노래가 퍼지고 있었다. 흙더미는 아직도 산더미 같은데, 짊어지고 나르다 힘이 다 빠졌으니, 우리 힘으로는 이 성벽 다 쌓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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