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일은 본다는 게 무엇일까? 이번 선교를 통해 주님께서는 내게 어떤 특별한 은혜를 보여주실까?’ 선교 가기 전 그리고 선교 중에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김민식 목사님, 박희자 권사님, 조오순 권사님과 16명의 청년이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필리핀 민도로섬으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늘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던 내게 선교는 다시금 주님을 처음 알았던 그때의 뜨거움을 선물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였다. 그래서 “Revival: 주의 일을 보게 하소서”라는 슬로건을 묵상할 때마다 마음이 설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필리핀 민도로섬에 도착하며 선교가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피셔스 크리스천 교회(Fishers Christian Church)’의 제1회 전도 집회의 자리에서 수많은 현지인과 함께 하나님을 찬양 드리며 ‘이것이 주의 일일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뭔가 특별한 것을 원했다.
다음으로 ‘빅토리아 그레이스 교회(Victoria Grace Church)’에서는 예상했던 아이들의 수보다 2배나 많은 아이들이 찾아와주었다. 순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는 그들을 보며 ‘이것이 주의 일일까? 뭔가 아쉬운데...’ 라고 생각했다.
이뿐 아니라, 계획했던 산족 성도들의 현지 교회는 비가 와서 가지 못했지만, 그분들이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산 아래로 내려와 반겨주시고 음식도 대접해 주셨을 때도 ‘뭔가 더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에서는 점점 다급함이 찾아왔다. ‘하나님, 저 정말 주의 일을 봐야 해요. 뭔가 더 대단한 일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 사역을 앞둔 저녁 시간, 김민식 목사님께서 "선교를 통해 열매를 맺으려고 하지 말고, 씨를 뿌린다고 생각하십시오. 열매는 하나님께서 맺는 것입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실 때 비로소 내가 놓치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특별함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지 못했다.
마지막 사역의 날, ‘로스 바노스 교회(Los Banos Church)’ 주변 필리핀 대학교(University of the Philippines)에서 저녁 집회를 홍보와 노방전도를 하였다. 감사하게도 학생들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학입시, 시험, 건강 등의 고민을 나눠주며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내주었다. 또다시 '초대했던 사람 중에서 누가 올까? 집회의 자리에서 만나면 정말 큰 은혜일 거야.‘ 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예정된 시간이 되어 현지 목사님의 기도로 집회가 시작되었지만 초대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중간중간 출입문을 바라보며 또 실망감이 앞서려 할 때, 어젯밤 목사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을 생각하며 ‘하나님, 제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알지 못하는 때를 위해 언제나 일하시는 당신을 신뢰하며 묵묵히 복음의 씨앗을 뿌리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뭔지 모를 편안한 마음으로 집회를 마칠 수 있었고, 현지 교인들께서 우리의 찬양을 듣고 눈물 흘리셨다는 말씀이 평소보다 더 큰 감사로 다가왔다. 그렇게 사역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함께 아침을 먹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공식적인 사역을 모두 마쳤다.
집에 도착해 정리를 마치고 기도를 드리던 중 하나의 기도 제목이 강하게 들려왔다. "필리핀 사람들이 주의 일을 보게 하소서“ 그렇다. 항상 주의 일하는 방식을 ‘나’의 방식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내게 보이지 않으면 칭얼거렸다. 그러나 주님은 나의 사고를 넘어 그분의 방식으로 그분의 때를 위해 언제나 일하고 계신다. 나의 시선을 넘어 필리핀 사람들은 분명 주의 일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 고백을 마치자 그때서야 주님께서 내게도 일하고 계셨음을 느끼게 되었다. 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후 비로소 ‘하나님’의 선교를 알게 되었다. 이제야 난 주님의 열매는 내가 바라는 방식이 아니라, 가장 선한 주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짐을 깨달았다. 그분의 때를 기다리며, 앞으로 내가 보지 못한 곳에서도 일하고 계실 주님을 믿으며 더욱 깊어진 신앙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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