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터치
눈물이 반짝이던 순간
내 서재에서 아끼는 책을 골라서 줄짓는다면, 유의어 사전을 맨 앞줄 어딘가에 놓아야 마땅하다.
몇 해 전 이 사전을 갖고 싶다는 내 말을 흘려듣지 않은 아버지가 대학원 졸업식날 사전값이라며 봉투를 내밀었다.
유의어 사전은 사실 아버지로선 가늠하기 힘든 고가였으므로, 봉투에 담긴 돈에 곱절을 더 보태야 했지만,
아버지의 애련한 마음이 녹아있는 책이므로 내겐 더 없이 소중하다.
글을 쓸 때는 물론이거니와,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나는 어김없이 유의어 사전을 뒤적인다. 서로 닮았으나 미세하게 다르기도 한 말들과 대화하다 보면,
복잡한 세상일이란게 결국 정확한 말들을 찾지 못했으므로 너더분한 채로 남아있는 게 아닌가싶다.
그러니까 나는 지난 며칠 동안 마음이 어수선한 채로, 어떤 정확한 말을 찾아 유의어 사전을 뒤적이고 또 뒤적였다.
그날의 풍경을 어떻게 정확하게 말할수 있을까. 그날의 눈물을 설명 해 줄 정확한 말이,과연 있기나 할까.
지난 주일(8월 26일),예배당은 우리가 함께 홀린 눈물로 축축했다.
인간에게 두 달이란 시간이 그토록 길었던 것인가.
그 60일쯤 되는 시간이 아득해서, 나는 주변에서 들리는 훌쩍이는 소리를 해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몰라보게 수척해진 얼굴로, 그러나 성도들에게 가벼운 농담도 건네 던 담임목사님은
가슴에서 솟구치는 울음을 억눌러가며, 오히려 성도들을 위로했다.
간간이 휘청거리던 목소리에 나 역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것인데, 주변을 둘러보니 눈물로 범벅이 된 성도들도 눈에 띄었다.
사실 ‘눈물’은 꽤 넉넉한 동사를 취하는 우리말이다.
유의어 사전을 펼쳐보니 눈물에 어울려 사용되는 유사한 동사들이 여럿 있었다.
이를테면 우리는 눈물 이 고이거나 핑 돌거나 흐르거나 샘솟거나 쏟아진다 따위의 말을 흔히 쓴다.
그러나 이 정도 말로는 부족하다. 누군가 내게 그날의 눈물에 덧붙일 정확한 동사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반짝인다’ 란 말을 선택하겠다.
담임목사님의 온전한 회복을 소망하면서, 우리는 눈물로 서로 반짝였다.
오래도록 함께 기도해온 마음이 마주치던 순간, 우리는 확신에 찬 희망으로 반짝이는 눈물을 흘렸던 것이리라.
그러니까 그날의 눈물은, 어쩌면 우리에게서 홀러내린 별인지도 모른다.
더 많이 울며 기도할수록, 우리의 간절한 소망도 더 빛날것이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 반짝인다.
〈글 |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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