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알고 알고 믿고
태권도장에서 교회를 생각하다
글| 이준희 목사
올해부터 우리 집 첫째와 둘째가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집 앞에 태권도장이 있어 그곳으로 보냈다. 그러던 중 첫째가 피아노 학원을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피아노 학원이 태권도장과 많이 떨어져 있어 아이 픽업에 문제가 생겼다. 마침 새로 등록한 피아노 학원이 있는 건물 같은 층에 태권도장이 있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도 깨끗하고 규모도 컸다. 가장 크게 다가온 점은 아이의 픽업을 대신 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존에 다니던 태권도장에서 새로운 곳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바로 등록은 하지는 않고 3번의 참관수업을 통해 새로운 태권도장이 어떤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첫째와 둘째를 새로운 태권도장에 들여보내고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지켜보았다. 기존에 다니던 태권도장에 비해 깨끗한 시설에 아이들도 만족한 눈치다.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되어있고 가장 큰 문제였던 픽업 문제는 잘 해결이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새로운 태권도장으로 옮겨가는 것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런데 2번, 3번 참관수업을 보내고 살펴보는데 문득 태권도장 속 너무 많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좋다고 하니 많은 아이들이 왔을 것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하지 않는가? 시설도 좋고 프로그램도 체계적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며 과연 이 아이들을 모두 다 잘 챙길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25인승 버스에 꽉 차서 오는 아이들이 하차해서 질서정연하게 태권도장으로 들어가 수업을 받고 끝날 시간이 되면 정렬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시계 속 톱니바퀴가 척척 맞아 돌아가듯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러나 ‘풍요 속 빈곤’이라고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태권도를 잘 배울 수 있을까는 의문이 생겼다. 자녀를 태권도장에 보내는 이유는 태권도를 잘 배우게 하려는 것이다. 제 아무리 시설이 좋고 깨끗하다고 해도, 규모도 크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도 특히 픽업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수많은 아이들 틈 속에서 맹목적으로 태권도 수업을 듣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태권도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태권도장을 왔다가는 시간 때우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상대적으로 시설은 작고 오래되었어도 또 픽업을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고 해도 태권도를 잘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을 보내야겠다는 결정했다. 첫째와 둘째를 불러 “너희가 태권도장을 가는 이유는 태권도를 잘 배우기 위함이야. 시설과 규모를 따지지 말고 어디에서 더 태권도를 잘 배울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렴. 아빠, 엄마는 너희가 기존에 다니던 태권도장에 다니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라며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의 말에 수긍해주었다. 지금 첫째와 둘째는 기존에 다니던 태권도장에서 행복하게 태권도를 잘 배우고 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태권도장이 태권도를 잘 가르쳐야 좋은 곳이라고 한다면 교회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태권도장은 태권도를 잘 가르쳐야 하듯 교회는 신앙이 잘 성장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흔히 우리는 좋은 교회라고 하면 성도 수가 많고 큰 건물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들이 반드시 좋은 교회임을 증명해주지 않는다. 이런 조건들을 갖춘 교회라고 할지라도 신앙성장이 없다면 그곳을 좋은 교회라고 할 수 없다. 성도의 수, 건물의 크기,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랑하기보다 한 영혼에 대한 진정성과 성도들의 진정한 신앙성장을 위해 고민하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교회가 필요하다. 최근 교회와 성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절반이 소그룹이 멈추었다고 한다.이 시대 가운데 필요한 좋은 교회는 성도들이 예배만 드리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말씀을 읽고 그 은혜를 나누는 소그룹 모임을 통해 성도들이 신앙성장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쏟는 교회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예전보다 잠잠해진 이때 교회는 많이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도들의 소그룹 모임 활성화를 도모하여 신앙성장이라는 열매를 맺어야 할 것이다. 우리 영은교회가 그런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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