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터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월간동행

|세상터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정강현 기자

  • 등록 2017.07.01 14:01
  • 조회수 97

|세상터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를 봤다. 무려 4년 전에 나온 이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된 건, 

역설적으로 그 기간에 내가 아버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이 영화가 개봉할 즈음 한 아이가 우리 기족에게 찾아왔다는 걸 알게 됐고, 

초보아버지로서 이런저런 준비를 하느라 극장에서 영회를 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TV로 볼 수 있게 됐을 땐,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느라 주말에도 정말이지 바쁜 시간을 보냈으므로 더 더욱 영화를 볼 형편이 아니었다. 

6월의 마지막 토요일, 이제 네 살이 된 아이를 재우고 나는 무슨 운명처럼 이끌려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인데, 

영화가 던진 질문에 짓눌려 꽤 고통스러웠다. 영화는 도입부에서부터 묵직한 선택을 강요한다. 

당신이 6년이나 키워 온 아들이 사실 다른 사람의 아이 였다면? 그러니까 병원에서 착오로 아이가 뒤바뀐 걸 무려 6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나는 이 질문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는데, 그러던 중에 영화는 덜컹거리며 홀러갔다.

이 글에서 영화의 결론까지 다 말할순 없겠지만, 이렇게 요약할 순 있겠다. 가족에게 한 아이는 어떤 의미인가. 

짧은 시간에 그걸 다 이해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평생에 걸쳐 아버지가 되어가는 연습을 되풀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아, 아버지란 얼마나 힘겨운 자리인가. 영화가 건넨 이 고통스런 질문에 짓눌린 재로, 먼지 쌓인 시집에서나는 이 시를 발견했던 것이다.


한번 짠 치약은 다시 넣을 수 없다/(…)/

어느덧 나도 그 아버지의 나이,치약처럼 짜인 아버지는 영영 이 세상에 없고/ 이 한밤중 나는 무슨 이유로 부엌에 나가 꿀꺽꿀꺽 세 바가지의 물을혼자마 시고 있나 (고영민, ‘치약 일부) 

살면서 수만 번 양치질을 했으면서도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다. 

한번 짠 치약은 다시 넣을 수 없다는 것. 아버지는 치약처럼 짜였다. 일평생 삶의 고통으로 짜이고 또 짜인 아버지는 

다 써버린 치약 처럼 쪼그라든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번 짜인 치약처럼 아버지는 영영 되돌아올 길이 없다는 한탄을, 시인은 저렇게 노래했던 것이다.  

인생이란 어쩌면 단 한개의 치 약. 한번 짠 치약을 다시 넣을수 없듯, 한번 흘러간 인생을 다시 주워 담을순 없다. 

그러니까 아버지란, 온전한 사랑을 다 짜낸 뒤에야 비로소 완성되는 존재가 아닐까. 

그렇게 치약처럼 짜이고 또 짜여가며, 우리는 겨우 아버지가 된다. 


〈글 | 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