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필그림 하우스에서 열린 영은문화아카데미 블록세미나 <메디타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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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필그림 하우스에서 열린 영은문화아카데미 블록세미나 <메디타치오>

글: 김지연(청년부)

  • 등록 2024.03.10 12:18
  • 조회수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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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여, 성경이 너무 재미없어서 못 읽겠습니다. 재미있게 좀 해주세요!

나의 나이브한 기도마저 귀 기울이고 응답해주시는 하나님을 느낀 12일의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한다.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을 테마로, 마태복음 묵상과 침묵을 통해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하고 떠난 청년부 영은문화아카데미 블록세미나 <메디타치오>. 참여자 열다섯 명이 모인 카톡방에서는 출발 전부터 그날의 날씨 정보를 나누며 좀 더 따뜻하게 입고 오라며 서로를 챙겼다. 봄이라고 하기엔 춥지만 따뜻한 햇살이 오래 머물기 시작한 삼일절 아침, 교회 로비에서 사람들과 인사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되어 가평 필그림하우스로 출발했다.

 

등록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새신자인 나는 모르는 얼굴이 반절이었지만, 조용한 묵상을 통해 하나님께 조금 더 다가가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모두가 내 자매였다. (김민식 목사님과 이수일 센터장님을 제외한 유일한 형제 참석자 김승준 형제가 뒤늦게 합류한 관계로 정말로 자매뿐이었다.)

 

침묵은 하나님의 언어예요.”

총무 장예은 자매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침묵이 하나님의 언어라고? 자세한 맥락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하나님은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다. 세상의 다른 길로 경거망동 돌아다니며 오만가지 시행착오를 겪는 나를 가만히 기다리고 다시 조용히 좁은 길로 인도하셨다. 기도하기 전부터 나의 필요를 이미 아시고 내가 아는 것보다 뛰어난 세상을 보여주신다. 하나님의 언어는 침묵속에서 역동적으로 일어난다.

 

그런즉 사랑하는 자들아 이 약속을 가진 우리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서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어 육과 영과 온갖 더러운 것에서 자신을 깨끗하게 하자”(고후 7:11)

 

너무 많은 연결과 소통의 시대. 뿌예진 거울을 닦듯, 세상의 입김으로 흐려진 시야를 걷어내고 맑은 영혼으로 하나님께 다가가고자 휴대폰도 끄고 최대한 침묵을 지키며 고요하게 묵상을 하기로 했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6:31)라는 말씀과 같이, 열심히 일한 뒤에는 제대로 쉴 줄도 알아야 한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평안을 얻고 고요하게 사유함으로 주님과 인격적인 소통을 할 수 있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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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엔 아직 책을 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영문아 팀이 준비한 줄거리 설명을 들었다. 천로역정은 주인공 크리스천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좁은 길을 거쳐 영원한 안식처인 천성에 도착하는 이야기다. 세상 길을 걸으며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만나지만 좋은 동행인 신실과 소망을 만나 혼란을 겪을 때마다 끊임없이 서로를 다독이며 좁은 길을 계속 걷는다.

 

결국, 크리스천은 천성에 도착하고 헵시바 쁄라,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영원히 그의 보호아래 머물수 있게 된다. 필그림 하우스에 조성된 순례길을 걸어보며 천로역정 이야기를 한 번 더 떠올릴 수 있었다.

 

첫날 밤과 이튿날 오전에는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자 마태복음을 읽고 묵상한 뒤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여유롭게 성경을 읽을 시간을 가져본 것은 처음이었다. 각자의 속도로 읽고, 아직 다 읽지 못한 사람을 기다려주었다가, 각자 사유한 내용과 궁금한 점을 나누었다.

 

여유로운 시간 덕에 주석이 달린 말씀을 찾아 뒤적거리고 천천히 면밀히 말씀을 살필 수 있었다. 진리의 말씀인 성경을 즐겨 읽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잘 되지않았던 어린 지난날들의 기도가 응답받는 순간처럼 느껴져서 감격스러웠다. 교회에 이렇게 각자 성경을 읽고 나누는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갔고, 신실로 채워져갈 앞으로의 나의 순례길이 기대됐다.

 

이제는 내가 이들이 앞으로 걸어갈 인생의 순례길에 한줄기 소망이 되게 하소서. 기도를 마치고 개운한 듯 해사하게 웃는 형제자매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들이 이미 나의 소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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