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배를 마치고 7층 교회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예전처럼 점심식사를 위해 온 성도들로 붐볐다. 배식을 위해 늘어선 긴 줄도 여전하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부엌에서 국도 끓이고 반찬도 만들어야 할 봉사부 권사들이 모두 배식대에서 성도들의 배식을 돕고 있었다. 식당 주방에는 20대 젊은 쉐프가 커다란 솥가마에서 국을 끓이고 있었다.
봉사부 부장 안영기 장로는 2024년부터는 교회식당을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체계로 운영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스무 명의 권사들이 한 팀이 돼 식당 봉사를 하였는데, 올해부터는 성재현 쉐프를 중심으로 5~6명의 유급인원이 주일 점심식사를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 밖에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교역자 및 교회직원을 위해 식당운영을 한다. 성 쉐프가 다양한 메뉴로 교역자들의 점심식사를 매일 책임지게 된 것이다. 늘푸른학교와 교회행사의 식사 준비도 성 쉐프의 몫이다.
성재현 쉐프는 성기수 안수집사의 장남으로, 영은교회에서 태어나서 자란 영은의 꿈나무다. 올해 나이 23살, 청년 쉐프는 중학교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혼자서 TV에 나오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래서 조리고등학교에 진학하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아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성 쉐프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직업학교 조리과 1년 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일반고등학교와 직업학교를 병행하면서 뜨거운 고3을 보냈다. 몸은 힘들었지만 하고픈 요리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성 쉐프는 조리과를 졸업하면서 한식, 양식, 중식 자격증 3개를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성 쉐프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업학교에서 추천해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가 터지면서 군대에 입대했다. 주님의 인도인가? 그는 논산 훈련소에서 3천 명의 식사를 담당하는 취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제대 후에는 골프리조트 내 바베규 하우스에서 일했다. 그러다 영은교회에서 일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다. 교회라는 곳이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해보자!”란 마음으로 입사했다. 3천 명분의 조리 경험이 있어서 영은교회 성도를 위한 1000명분의 조리는 두렵지 않다. 3개월 견습기간을 거쳐 올해 2월부터 정식으로 교회 주방의 쉐프가 됐다. 앞으로 꿈이 무엇인가? 묻는 말에 한결같이 “저는 음식 만드는 게 좋습니다.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겸손한 말뿐이다.
최윤희 권사를 중심으로 꾸려진 10명의 권사 봉사팀은 주일 점심시간에 성도들 자리 안내와 식탁 청소, 배식지원을 담당한다. 선임 최윤희 권사는 주방에서 성 쉐프를 도와 음식의 간도 맞추고, 외부 종사자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돕는다. 이제 막 시도한 새로운 식당운영이 모두에게는 어색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며 적응에 힘쓴다. 최윤희 권사는 2024년 한 해 동안 성재현 쉐프를 중심으로 모두가 합심해 최상의 식사를 교인들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
올해부터 성재현 쉐프와 외부의 유급 종사자들(5명)을 중심으로 교회식당을 운영하지만, 앞으로 영은교회 성도 가운데 유급 식당 봉사자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이승구 담임목사님의 바람이다. 감사하게도 주일 주방은 김기자 집사가 무급으로 6년째 지키고 있다. 김 집사는 교회의 사례를 급구 사양한다. 2024년부터는 김 집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례하고 있다. 평일에는 김명숙 집사가 성재현 쉐프를 도와 일한다.
안영기 장로는 주일 식사 배식을 오후 1시까지만 한다며, 성도들이 일찍 와서 식사하고, 식사를 마치면 우선 식기부터 반납해주실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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