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영성’은 성경에 없는 말입니다. 하지만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만한 말입니다. 신앙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자주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누군가 나에게 ‘영성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일목요연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영성을, ‘신령한 품성이나 성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교회에서 영성은 그런 의미로만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가 말하는 ‘영성’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영성과 신학
영성이란 말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쓰였을 것 같지만, 사실 이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된 것은 불과 3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과거 기독교 역사에서 우리가 영성이라고 부르는 바를 표현하는 단어는 ‘신학’이란 말이었습니다. 신학은 본래 단순히 지식을 추구하는 활동이 아니었고, 자기 실존의 변화를 추구하는 영적 활동이었습니다. 그런데 과학과 지식이 발달하면서 이 신학을 ‘학문’과 ‘영성(경건)’으로 나누어 표현되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신학은 이성적인 탐구인 학문보다는 구도(求道)적 삶과 영적 체험이 주를 이루었지만, 점점 더 지성에 경도되어 이성화(rationalization)되어 갔고, 영성은 신학의 중심부에서 점점 밀려나며 그 의미도 약간 축약되어 버린 것입니다.
2. 보편적 영성
현재 신학계에서 많이 회자되는 영성에 대한 정의는 샌드라 쉬나이더스의 다음과 같은 정의입니다. ‘영성이란 궁극적 가치를 향한 자기 초월을 통해 온전한 삶을 추구하는 경험이다.’ 우리는 보통 영성이라하면 어떤 신령한 체험을 경험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지만, 영적인 체험이 곧 영성은 아닙니다. 영성은 쉬나이더스의 말처럼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여정이고 그 길을 걷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성은 꼭 종교적일 필요는 없고, 한 인간이 자기를 넘어서 무엇을 추구하는 길을 걸어갈 때, 참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을 때, 영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이렇게 기독교를 넘어선, 보편적인 영성의 개념이 통용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3. 기독교 영성
기독교 신학자들은 이러한 영성의 ‘추구하는 여정’이란 속성을 ‘관계성’에서 찾으려 합니다. 서로 관계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인간도 관계함으로 참 존재에 다가갑니다. 하나님과 관계하고, 이웃과 관계하며, 자연과도 관계하고, 나 자신과 관계하는, 그러한 관계가 꽃피는 삶이 인간의 존재다운 삶이며, 그렇게 하나님과 이웃, 자연과 나 자신에게로 다가가 기도와 예배등의 방법으로 그것을 추구하며 더 친밀해지려는 여정, 그런 체험의 삶이 바로 기독교 영성의 본질인 것입니다.
나가는 말
이 짧은 글로 영성의 모든 의미를 담아낼 수는 없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깊이있는 영성의 삶으로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보내며 사랑 그 자체이신 하나님의 형상을 추구하며 사랑의 삶을 살아가는, 그런 영성있는 성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Copyright @2024 동행. All rights reserved.